조이수, 바람의 정령, 2014 / 사진을 클릭하시면 SPACE 웹진으로 이동합니다
기이한 경험: <초자연(SUPER NATURE)>
갑자기 아무런 이유 없이 떨어진 물건이 만들어낸 소리 혹은 어두운 밤 먼 거리에서 비치는 희미한 불빛. 사실 일상적인 일이지만 원인을 제대로 인지하기 어려울 때 일종의 초자연적인 현상이라고 생각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초자연>은 그런 경험에 대해 원인을 재조명한다.
전시장을 덮은 어둠 속을 옅은 안개와 붉은 레이저가 채운다. 리경의 작품 ‘더 많은 빛을’이다. 아무도 없는 방 안을 가로지르는 붉은 빛 때문에 공간은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방 안에 다른 관람객이 들어서면 그 자체가 안개와 레이저에 의해 어스레한 실루엣으로만 보일 뿐이다. 안개와 레이저가 왜곡시킨 공간감에 의해 자신과 다른 관람객과의 거리감을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
계단 통로를 지나 큰 복도와 같은 공간에 들어서면 들려오는 낯선 소리에 깜짝 놀라게 된다. 그리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미세한 어떤 작은 소리가 자신을 따라다닌다. 이 작품은 박재영의 ‘아일랜드 프로젝트: 불안한 숨결’이다. 아무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한적한 공원에 어디선가에서 계속 들려오는 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들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들게 한다.
다음 전시장에서는 복잡한 과학적 장치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장치들은 마치 형형색색의 시약들이 있는 어두운 방 안에 들어갔을 때 느낄 수 있는 신비스런 분위기를 연출한다. 김윤철의 ‘캐스케이드(쏟아지는 입자의 폭포)’이다. 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펄지’라는 작품이다. 액자처럼 생긴 6개의 아크릴 속에 수은과 같은 것이 있다. 이것들은 비정기적으로 거품을 발생시키며 움직인다. 이는 분명 과학적인 원리로 움직이지만, 일반인은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느낀다.
초자연은 단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단순한 현상의 일부라는 것은 알려주지만 다만 아쉬운 점은 오감 중 시각과 청각의 초자연적인 경험을 맞춘 전시였다는 점이다. 전시장을 둘러보는 동선은 그 순서가 한편의 이야기처럼 전개되지만 관람 후 전시장을 나오는 동선이 따로 없다. 박재영의 작품이나 조이수의 ‘바람의 정령’은 입장객과 퇴장객이 엉키고 소리가 섞여 온전한 작품감상에 방해가 된다. 5명의 작가가 함께하는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제6전시실에서 9월 2일 화요일에 열려 내년 1월 18일까지 계속된다.
<김용순 SPACE 11기 학생기자>
201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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