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 리뷰
우리도 사랑을 하고 있어요
...
행복이란
참다운 나를
사랑하는 이와 나눌 줄 아는 것
- 내 안에 내가 찾던 것 있었네 中, 수전 폴리스 슈츠
사랑이란 것은 사람들이 자연스레 추구하는 것으로, 사랑에 대한 아름다움이나 그 가치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특히 사랑은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중 하나로도 여겨진다. 대중들은 남자와 여자의 사랑, 즉 이성간의 사랑을 자연스러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인식이 항상 같았던 것은 아니다. 플라톤의 『향연』을 살펴보면, 당시에 생각했던 이상적인 사랑이란 것은 시민인 남성간의 사랑이다. 그랬던 것이 기독교를 거치게 되면서 동성 간의 사랑은 금기 시 되는 것으로 변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성 간의 사랑과 동성 간의 사랑은 과연 다른 것일까?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열리는 연극 ‘프라이드’는 동성 간의 사랑에 대해 조명한다.
극은 두 가지의 시대적 배경을 가진다. 하나는 1958년의 런던, 하나는 2014년의 런던이다. 두 시간적 배경은 동성애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다르다. 1958년은 동성애를 하나의 정신병이라고 진단하며 이것을 치료해야만 하는 것으로 본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부정적이기 때문에, 필립은 자신의 동성애적 성향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닌 숨겨야 하고 고쳐야만 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실비아와 올리버의 설득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필립은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부정하고 정신과 의사를 찾아간다.
2014년의 런던은 이런 것과는 다른 모습이 보인다. 동성애적 성향을 가진 사람은 더 이상 자신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향을 인정하고 그것을 드러내고 즐기려고도 한다. 길거리에는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열리기도 하며, 동성애적 경향을 가진 사람과 이성애적 경향을 가진 사람이 만나서 터놓고 연애와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리고 극에서 볼 수 있는 올리버와 필립의 연애상은 우리들이 상상하는 이상한 것이 아닌 일반적인 사람과 사람 간에 볼 수 있는 사랑하는 연인들의 모습이다. 그들은 일반적인 연인들처럼 갈등과 고민 그리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연극은 두 시대적 배경을 오가면서 진행된다. 동성애가 인정되지 않았던 쪽은 서로 간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 한 채 모두가 불행한 한 편의 비극으로 연극이 끝난다. 반면 동성애가 인정되고 일반적인 연인들처럼 갈등을 이겨내려고 노력한 쪽은 결국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이 연극은 두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모두가 다를 수 있는 개개인의 모습을 사회와 그리고 자기 자신이 인정하지 않았을 때와 인정하였을 때 각기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 지를 보여준다. 즉 개별성을 인정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이 극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사랑의 가치이다. 독일의 시인 릴케가 말하였던 것처럼 사랑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여겨질 만큼, 사랑이란 것은 사람이라면 가히 할 만 한 것으로 극에서는 묘사하고 있다. 이 극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사랑에 울고 웃고 있다. 사랑이 그들의 행복에 있어서 그만큼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사랑을 이루고 행복해진 2014년의 등장인물들과는 달리, 1958년의 등장인물들은 결국 자신들의 사랑을 이루지 못 하고 불행해졌다.
이 극에서 등장인물들이 생각하는 사랑이 조금씩 다른 것 같지만, 극을 보는 동안 배우들이 말하는 행동과 사랑이라는 말에 공감하기도 하며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였다. 그들의 사랑이 ‘사랑이 아니다’라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나는 먼저 사랑과 욕심을 구분하려고 한다. 사랑에는 욕심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성숙한 사랑이란 것은 욕심을 배제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이 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나는 사랑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이유를 사랑은 사람으로 하여금 기꺼이 희생을 하게끔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희생의 이유에 자신의 행복이 아닌 타인의 행복을 비는 것에 있기에 사랑은 가치 있다. 물론 타인이 행복해지는 것을 통해 결과적으로 자신이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나는 어린 사랑과 성숙한 사랑의 차이를 이것이라고 본다. 어린 사랑은 순수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 행복해지는 것에 있다. 예를 들면 그가 어떻게 느끼던 간에 내가 보고 싶으면 무조건 만나서 만족감을 채우는 것이 그렇다. 이것은 욕심에 더 가깝다. 성숙한 사랑이라면 자신의 욕심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것이 심화되면 1958년의 실비아의 모습과 비슷하다. 실비아 자신이 원하는 것은 필립에게서 사랑을 받기 위해 남아있는 것이지만, 그 이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은 필립이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행복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떠나간다. 필립이 행복을 추구하는 것에 있어서 자신이 방해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은 희생적이다. 이런 실비아의 사랑에 비해 올리버의 사랑(2014년)은 이기적이다. 필립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는 것 없이 자신의 쾌락과 행복을 추구하면서 그것을 온전히 필립이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 극은 동성애에 관한 것이지만, 이 극을 동성애가 아니라 일반적인 남녀 사이의 극으로 대치시켜 봐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 말인즉슨 동성애가 이성애와 다른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사랑과 같다는 것이다. 즉 이 연극은 관람객들에게 동성애자들도 일반인들이 하는 것처럼 일반적인 사랑을 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성애지만 흔하게 겪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연인 사이의 모습으로 여겨지는 것이고 그 모습에서 연애와 사랑의 풋풋함과 달달함, 씁쓸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사랑이 특별하거나 이상한 것이 아니다. 동성애자들도 우리처럼 일반적인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1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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