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연극, 뮤지컬 등과 같은 문화생활을 즐긴지 오래된 것 같아서 회사 복지로 뮤지컬 관람을 준비하였습니다. 31일 마테네 할인을 받아서 안나 카레니나 여섯 좌석을 준비해두고, 여자친구랑도 보기 위해서 다른 뮤지컬을 예매하였습니다. 30일에 보기로 한 것은 디큐브 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빌리 엘리어트! 신도림역에서 늦은 시간에 여자친구를 만나 현대백화점으로 이동합니다. 공연은 8시인데 6시에 만났기에 저녁을 먹기 위해 현대백화점 여기저기를 돌아다녀봅니다. 그런데 와인 코너에서 설을 맞아 대폭 할인하고 있는 와인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10만원 대의 와인이 2, 3만원대로 떨어질 정도의 와인이 몇 개가 있었는데요. 그 중에서 두 병 정도를 사봤습니다. 나중에 롯데백화점에 갔을 때에도 두 병에 4, 5만원 하는 와인들과 킬리카눈을 사봤습니다. 킬리카눈은 예전에 킬리카눈 GSM 메들리를 마셨을 때 굉장히 인상이 깊었던 기억이 있어서 따로 사봤습니다.
먼저 맛을 보게 된 와인은 킬리카눈 킬러맨즈 런 쉬라즈 2013년으로 그 향과 맛이 많이 무거웠습니다. 맥주나 위스키 등은 공부를 하고 많이 마셔봐서 어떤지 많이 아는데, 아직 와인은 그 경험치가 적어서 평가하기가 쉽지는 않네요. 그래서 요즘엔 와인에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많이 마실 수 있도록, 할인폭이 큰 와인을 많이 구매해서 마셔보고 있습니다. 이 와인은 신 맛도 강하였으나, 가장 강렬했던 것은 향에서 느껴지는 바디감이었습니다.
이어서 마신 와인은 토마시 라파엘 발폴리첼라 클라시코 수피리오레 2015년으로 앞서 마신 킬리카눈에 비해서 그 색도 투명하고 맑은 와인이었습니다. 향도 가벼우면서 맛도 담담한 것이 목을 넘기는 것이 쉬운 술이었습니다. 육포와 함께 마시게 되었는데, 육포를 만나 그 맛이 점점 달콤해지는 것이 참으로 매력적이었습니다.
브라운 브라더스 텐 에이커스 쉬라즈 2015년은 두 와인을 마신지 좀 지나서 마시게 되었는데요. 쉬라즈 와인이라 킬리카눈과 같이 향과 맛이 무거울 것이라 예상하였는데, 개인적으로는 적당하다고 여겨지는 수준의 바디감이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홀짝 홀짝 마시다가 나중에 가서는 벌컥 벌컥 마셔 다 비워버렸습니다. 이 날 산 와인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다시 빌리 엘리어트로 넘어가면...
신도림 현대백화점 식품코너와 식당가를 돌아다니면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다가 6층에 있는 자연별곡에서 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라섹 때문에 피곤해진 눈에 점안액을 넣고, 불고기와 된장찌개를 먹는데 뒤편으로 다른 자리가 시끌시끌합니다. 익숙한 얼굴이 보이길래 누군가하고 쳐다봤더니, 김숙씨가 보입니다. 카메라와 PD로 보이는 사람이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길래 방송이라는 직감이 딱 들었습니다. 계산을 마치고 홀에 나오니 관계자들이 지친 표정으로 벤치에 앉아 대기하고 있더군요. 저 분들은 식사를 하시는건지... 표를 받고 공연장 입장 전 둘러보니 <오늘 쉴래요>라는 프로그램 녹화를 진행한다고 안내가 써있었습니다.
인증샷으로 로비에서 사진 몇 컷을 촬영하고 입장합니다. 돈이 없던 대학생 시절에는 간간히 초대권을 받으면 구석에서 관람하는 것이 다였는데, 경제활동을 하게 되면서 표를 구입하고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본래 저는 공연이나 전시를 보기 전에는 사전 조사나 공부를 하지 않고 관람을 하는데요. 이번 뮤지컬에서 놀랐던 점은 뮤지컬이 성인 배우에 의해서가 아니라 아역 배우에 의해서 진행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공연에서는 아역이 짧게 등장한 뒤, 성인 배우가 나타나 성장기로 진행되었을텐데 <빌리 엘리어트>는 끝까지 아역에 의해 진행되는 공연이란 점에서 아이들이 대단하고 뿌듯하였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인해 자신의 재능과 꿈을 발견하게 되는 빌리와 이에 대한 가족과 사회의 갈등을 그린 것이 그 내용입니다. 발레는 탄광마을하고는 정말 동 떨어진 고급 문화라 할 수 있습니다. 탄광 사업이 정부에 의해 사양 사업으로 지정되면서 이에 주민들은 파업으로 반대를 하기 시작합니다. 노동자와 남자다움을 강조하는 집과 마을에서는 발레리나란 꿈을 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 극은 그 꿈을 이루고자 하는 빌리의 성장기를 그린 것입니다.
실제로 사용되는 연초와 욕설로 극의 리얼리티는 좋았으며, 특히 좋았던 것은 중간에 나타난 어린 빌리와 성장한 빌리가 함께 추는 춤이었습니다. 이 장면으로 빌리에 대한 빌리 아버지의 생각이 변하기도 하였지만, 개인적으로 느낀 것은 발레 공연을 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연을 다 관람한 후, 집으로 돌아가면서 한 것은 바로 발레 공연 검색과 예매였습니다. 하루 빨리 발레 공연을 관람하였으면 좋겠습니다.
2018.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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