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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의 끝물 즘,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천장환 교수님의 의뢰가 있어서 서귀포 호근동의 한 주택을 촬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주택은 서귀포의 해안 절벽 가까이 위치한 곳으로, 앞에 괜찮은 카페들도 있으며 그 풍광이 꽤나 괜찮은 곳이었습니다. 3일 동안 묵으면서 재밌고 촬영한 후, 그 결과물까지 보람찼던 그런 촬영지였습니다. 그러다가 연말 즘이 돼 교수님으로부터 한 통의 연락을 받게 되었는데, 건축주분이 당시의 사진을 마음에 들어하셔서 이번에 새로이 건축하게 된 분양 주택의 사진까지 촬영하였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전, 제주 광령리로 유타건축사사무소의 새로운 작품을 내부 공간을 촬영하기 위해 방문하였다가 현장 파악을 위해 서귀포까지 들렸습니다. 그 당시에는 아직 내부가 촬영을 위한 준비가 다 끝나지 않아 준비가 끝나는대로 건축주분께서 연락을 주신다하고 서울로 올라갔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지났을까... 건축주분으로부터 이제 내부공간을 촬영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제주에 갈 예상 시기가 가까워졌을 때, 서울과 제주에서는 한참 눈이 말썽이었습니다. 뉴스에서는 폭설과 강풍으로 인해 항공기가 결항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우리가 제주를 방문할 때에는 눈이 그쳤습니다만, 흐린 날씨가 걱정되었습니다. 김포에서 2시 비행기를 타고 내려 렌트카를 빌려 출발하니 4시 즘. 시간이 애매하여 어디 놀러가기엔 애매한 시간이어서 바로 서귀포로 촬영을 위해 떠났습니다. 기왕에 여자친구와 제주에 왔는데 심심한 길로는 가고 싶지가 않아서, 한라산 동쪽의 산길을 통해서 서귀포로 향합니다.
제주 시내에는 눈이 많이 녹아 그 자취를 찾기가 힘겨웠으나, 한라산으로 올라갈수록 녹지 않은 눈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한라생태수목원 즘에 다다르니, 일요일에 아이들을 데리고 눈썰매를 타러 온 가족들이 넘쳐났습니다. 아름다운 설경에 잠시 내려서 인물사진을 좀 찍다 가고 싶었으나, 여자친구가 아직은 카메라에 낯설어하므로, 천천히 설경을 구경하면서 서귀포로 향하였습니다. 중간에 보인 서귀다원의 풍경을 보고는 내일 아침 저 곳에 가자고 한 뒤, 서귀포 시내에서 밥을 먹은 후 현장으로 향하였습니다.
도착한 시각은 해가 질 무렵으로, 웅장한 하늘이 무척이나 아름다웠습니다. 이 하늘을 두고 당장에 촬영을 시작하는 것이 여자친구에게 미안하여서 해안가에 있는 올레길을 따라서 잠시 거닐어봅니다. 그리고 풍경사진도 촬영한 후, 건축주분께 연락을 드린 후 현장에 들어가봅니다. 마침 해가 질 무렵에 도착하여 바로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촬영을 진행하는 동안 여자친구는 장난감으로 쓰라고 빌려준 G1X Mark III(원삼이)로 저를 찍더군요.
원체 준비를 잘 해두셔서 제가 별도로 치워야 할 것은 없었기에 빠르게 촬영을 종료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해 질 녘에 촬영하였기에, 햇빛이 들 때의 거실의 모습도 찍고자 다음 날 점심 즘에도 재방문하기로 합니다. 건축주분께서는 자신의 집에서 숙박을 하라 하셨지만, 여자친구도 있었기에 예전에 왔었을 때 눈여겨 봐둔, 바로 앞 브릭스 호텔로 향합니다.
수면보조제 때문에 잠자는 것이 내 맘 같지 않은 저는 약 기운이 있을 때 일어나는 것이 영 쉽지가 않습니다. 그에 비해 적은 수면으로도 충분한 여자친구는 아침 일찍 나가 산책을 하다 돌아온 모양입니다. 저는 비몽사몽하여 간신히 일어나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간단하게 먹고 주변을 같이 산책하다가 다시 잠이 듭니다. 점심 가까이 시간이 돼 간신히 일어나 현장으로 가서 어제 미처 촬영하지 못 한 모습들을 촬영을 한 뒤 어제 눈여겨 봐뒀던 서귀다원으로 향합니다.
서귀다원은 예전에 제주로 출장을 왔을 때 봐두었던 곳 중에 하나입니다. 서쪽에 있는 오설록 다원이 더 넓지만, 개인적으로는 사람이 많은 곳은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조용하고 아담한 서귀다원이 더 제 취향입니다. 어제 지나치면서 본 바로는 눈이 많이 쌓여있었지만, 서울과는 달리 영상을 웃도는 날씨 탓에 눈이 많이 녹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모습이 아름다워 여자친구와 함께 조용히 거닐어봅니다. 눈 녹은 물이 다원에 똑똑 떨어지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것을 감상하며 산책을 하다가, 섭지코지가 있는 성산 쪽으로 운전대를 잡습니다.
아침은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었지만, 1시가 되도록 먹지 않아서 어디서 먹을까 하다가 저의 강력한 추천으로 서귀포에서 성산 향하는 길에 있는 가시식당에서 먹기로 하였습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오후엔 어디로 갈까 상의를 해봅니다. 섭지코지에 있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갤러리 하우스와 지니어스 로사이가 충분한 볼 거리이지만, 오늘이 월요일인 것을 상기한 후 다른 곳으로 가기로 합니다. 그곳은 바로 연애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낭만의 섬인 우도! 그리하여 성산항으로 우도행 배를 타기 위해 떠납니다.
어제는 조각조각 나뉘어진 구름으로 인해 하늘이 화려하였는데요. 어제완 달리 오늘은 무척이나 청명하고 따듯한 것이 오토바이 타기가 무척 좋더군요. 렌탈샵에서 어떤 것을 빌려 우도를 돌아볼까 하다가 사이드카가 있는 것을 보고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한 장면이 떠올라 바로 빌리게 됩니다. 예전엔 우도로 차를 타고 진입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장애인과 노약자를 동행한 자들만이 우도로 차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에는 휘발유로 운행하는 스쿠터가 많았지만, 이제는 전동스쿠터가 더 많아졌더군요. 이 사이드카도 전기로 운행하는데, 사이드카는 처음으로 운전해보는 터라 불안하게 출발하게 됩니다. 여자친구가 앉은 오른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리면서 원치 않은 방향으로 향하여, 몇 번의 사고 위기를 겪고 요령을 알게 됩니다.
풍경이 좋은 해변에서는 잠깐 쉬어가며, 익숙치 않은 운전에 사고날 뻔한 상황이 오면 한숨을 돌리며 달리다 보니 도착한 곳에서 정반대에 있는 하고수동 해수욕장에 도착하게 됩니다. 예전에 공간 학생기자 동기들과 왔었을 때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주변에 있는 카페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몇 년 전에 처음 방문했을 때에는 상업적 시설이 많지 않았던 것 같았는데, 창업 열풍이 돌아서 그런지 이 곳에도 창업한 가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 중에서 사이드카를 타고 오면서, 갑자기 불쑥 나타난 할머니께서 통화를 하시면서 "여기, 안녕 육지사람이여~! 육지사람이라고!" 하는 것이 생각나 고민도 없이 '안녕, 육지사람'이란 카페로 들어갔습니다. 서울 보단 따듯하지만, 그래도 겨울의 찬 바람을 맞으면서 달리다보니 달달한 것이 땡겨서 고구마라떼와 땅콩 토스트를 시켜봅니다. 내부는 분위기 있는 것이 나름 괜찮았으나, 카페 메뉴는 글쎄...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달리는 것 외에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았는데, 벌써 시간이 우도를 나가는 마지막 배 시간에 가까워져 빠르게 마저 한 바퀴 돌아 사이드카를 반납하고 성산으로 돌아갔습니다.
우도에서 나와 성산항에 도착하니 다른 곳을 들리기에는 시간이 살짝 애매하였습니다. 그러니 일단 제주시로 향하기로 하고 가다가 일반 도로로 달리기에는 좀 아쉬워 해변도로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성산에서부터 해변도로를 따라 달리다보니 어느새 세화리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세화해수욕장에는 여전히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인파들이 몰려있었는데요. 사람이 북적여서 다른 카페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예전엔 볼 수 없었던 3층 카페를 보고는 올라갔습니다. 높은 곳에서 넓게 보이는 시야가 참 좋은 카페였는데,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았던 탓인지 손님도 적고 조용한 것이 좋았습니다. 음료를 시키고 창가에 앉아, 해가 지면서 파스텔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을 보면서 잠깐의 여유를 즐겼습니다.
2018.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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