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이후 3개월만에 현대미디어예술조합의 정기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날이 추운 관계로 이번 워크숍은 외부 출사가 아닌 실내에서 진행하기로 하였는데요. 전시와 공연까지 한 번에 보기에는 예술의 전당이 좋을 것 같아,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하는 공연으로 예매하였습니다. 조합원들과 보기로 한 것은 <안나 카레니나>입니다.
12시부터 만나 서로 원하는 전시를 관람하고 난 뒤에 같이 모여서 뮤지컬을 관람하기로 하였는데, 교육생인 안희준양과 정선우군을 제외한 저를 포함한 조합원들 모두가 늦잠으로 지각을 하였습니다. 결국 전시를 관람하게 된 것은 교육생 밖에 없었다고...
저는 며칠 전 여자친구와 예술의 전당으로 데이트를 와서 롯데카드의 <그대, 나의 뮤즈> 展을 관람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전시된 반 고흐의 <씨를 뿌리는 사람>의 작품을 미디어로 새롭게 살린 작품이 인상이 깊었습니다. 배경음악도 작품에 맞게 잘 살린 것이 참 좋았는데요. 이번 작품들은 작품 자체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것이 아닌, 작가가 작품을 그릴 때 느꼈었던 당시의 경험과 감각들을 관람객들도 체험할 수 있는 전시인 것 같습니다.
전시실 한 가운데에 서서 조용히 태양빛과 가을 바람, 밀이삭의 부딪힘 그리고 추수하는 농부들의 소리... 전시실에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 천천히 집중을 하다보니 반 고흐가 그 순간에 어떤 아름다움을 느꼈었는지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전시는 제목 그대로 작가에게 '뮤즈'가 찾아온 그 순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늦잠만 아니었다면, 전시를 재관람하여 느긋하게 작품을 즐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 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의 작품을 처음으로 그리고 오리고 붙이는 활동을 할 때 발견한 즐거움이 뮤즈 그 자체였다. 붉은 방에서, 액자가 걸려있는 방에서 움직이는 고양이는 나를 정말 기분 좋게 만들었다. 어찌 그리 고양이의 곡선은 귀여울까. 그의 활동이 나까지 즐겁게 만들고 있는 사실에 남에게 영향을 미치는 예술이란 건 대단하다 싶다. 침대에 많은 시간을 머물러야 했던 노년의 마티스가 새롭게 성당 작업을 도전하도록 이끈 그의 뮤즈처럼, 나도 나만의 뮤즈를 찾을 수 있을까? 이미 나의 삶 속에 뮤즈가 있을지라도 난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나의 뮤즈를 찾아, 내 인생이란 예술을 아름다움으로 남기고 싶다." - 정선우, <그대, 나의 뮤즈> 展
"사실 그림보다 마리로랑생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초반에는 시인인 전애인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아, 유명해지려거든 애인까지도 가려서 만나야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였는데, 알고보니 그녀의 일생에 많은 영향력을 끼친 사람이었다. 마리가 죽고 그녀의 손엔 그 시인의 편지가 들려진 채 묻혔을 정도로 여러 상황에 의해 이루어지지 못 한 사랑이지만 애틋하였던 그들의 모습이 그들의 시에 드러난다." - 안희준, <마리 로랑생> 展
수요일에는 낮 공연이 있어 3시 공연으로 선택하였는데요. 전시를 보고 예술의 전당 입구에 있는 테라로사에서 만나려고 하였으나, 자리가 없어서 결국 한가람미술관에 있는 카페 르빈에서 보기로 하였습니다. 지각하는 사람들과 전시를 관람하는 교육생들을 기다리는 동안 지원삼으로 한가람미술관을 살짝 거닐어보면서 스냅 사진들 몇 장을 찍어봅니다. 카페에서 만나 물어보니, 정선우군은 결국 2시 반 쯤이 돼서야 인원들이 다 모여 티켓을 수령하기 위해 오페라하우스로 자리를 옮깁니다.
아직은 조합의 사정이 좋진 않아, 저녁에 먹을 회식 비용까지 생각하니 관람석을 좋은 자리로 예매하지 못 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조합의 형편이 더 나아져서 언젠가는 함께 좋은 자리에서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는 많이 봤지만, 연극은 단 한 번 보고 다른 것은 한 번도 관람한 적이 없었는데요. 또한 처음으로 오페라하우스를 방문하였기에, 들어가면서 여기저기 둘러보며 사진을 촬영해봤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극장의 하나로 설계된 건물이라 그런지 무게감이 상당하였습니다.
<안나 카레니나>는 영화로도 제작될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었습니다. 사실 아무 생각없이 예매를 하였는데, 출연진에 옥주현씨가 등장하여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당일 눈이 너무 아파서 무대에는 집중하지 못 하고 노래에 집중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오페라 부분에서 패티가 등장하였을 때에는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고 저 또한 목 뒤로 소름을 느꼈습니다. 조합원들도 공연을 보고 나와서 한 소감으로는 '오페라를 보고 싶어졌다' 였습니다. 하지만 발레와 오페라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공연이란 것이 아쉬졌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예술의 전당 앞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향하였습니다. 메뉴는 막내인 교육생들이 고른 파스타와 피자! 멀리 가지 않고 길 건너 바로 있는 곳에서 먹기로 하였습니다. 와인과 피자, 파스타 그리고 스테이크 등을 시켜 먹으면서 앞으로 준비할 전시와 오늘 관람하였던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오늘 관람한 것에 대해서는 후기를 쓰되 꼭 전시나 공연 자체에만 쓰지 말고, 무대나 조명 등 다른 것에도 관심을 가져 다양한 감상이 나올 수 있도록 독려하였습니다.
"멀리 4층에서 보다 보니 사실 배우들 얼굴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무대 장치를 관찰할 수 있었는데 꽤나 즐거웠다. 시작의 막이 오를 때에 나타난 스크린에는 태엽이라던가 철로의 모습이 비춰지고 그 뒤로 움직이는 배우들의 모습도 보여지면서 영화같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과 시간적으로도 편집이나 효과를 줄 수 없는 라이브공연인데 예상치 못 한 장면을 보고는 적잖이 놀랐다. 또 스크린이 달린 트레일러 4대가 다양한 장면들을 연출하는 모습도 인상이 깊었다. 앞서 말했듯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조잡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장면들을 연출해야 하는 무대디자인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유리창이 되기도 했다가 기차가 되기도 하며 사이에 계단을 둠으로써 통로가 되기도 하는 것들이 재미있었다." - 안희준
"내용은 동명의 영화를 봤었기에 알고 있었다. 자신의 사랑을 찾아 떠나간다는 인터미션 전의 등장인물의 열정까지는 좋았다. 마치 불과 한 시간 전에 본 전시 <그대, 나의 뮤즈>와 이어진 느낌으로 안나와 브론스키는 서로를 향한 뮤즈를 찾은 것으로 느껴졌다. 그들에게선 열정과 환희가 넘쳐 보였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상관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인생은 그 당시 그 순간으로 판단할 수가 없는 것 같다. 이들을 보면 함부로 사랑을 찾아 성공했다고 할 수가 없었다. 안나가 그랬다. 그 사랑이 자신을 구원해 줄 것으로 여겼지만 결국 그 사랑은 본인 스스로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2부에서는 그녀가 불행해진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나는 그녀가 불행해진 것에 대해 공감할 수 없었다. 기차에 떨어져 죽는 장면은 분명 슬프고 비장했으나 나에게는 잘 와닿지 않았다. 이건 전 장면에서 만난 패티의 엄청난 오페라 무대 때문일까 이기도 싶다." - 정선우
2018.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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