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에 골든오페라 갈라콘서트를 보고 바로 연이어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게 다 <빌리 엘리어트>와 <안나 카레니나>를 봐서 그렇습니다. 인터파크에서 바로 TOPING 프라임 회원을 신청하고 빨리 볼 수 있는 뮤지컬과 발레, 연주회, 오페라 등은 다 찾아서 예매하였습니다. 그런데 우연찮게도 예매하게 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참 행운이었습니다.
예술의 전당에서 전속 오케스트라를 맡고 있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존재를 여기서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새롭게 수장을 맡으신 정치용 예술감독의 취임음악회라는 점 또한 행운이었습니다. 이쪽 방면으로 취미를 새로이 들이는 시점에서 이런 연주를 듣고 또한 앞으로 예술의 전당에서 볼 공연들도 이 분의 지휘로 연주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용 지휘자의 점잖은 듯 명쾌한 지휘 아래 브루크너의 교향곡 8번은 시작되었습니다. 이 곡에 대한 감상을 한 마디로 내리자면, 작곡가의 인생이 담긴 곡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인생은 긴장의 끈이 연속되는 인생이었습니다. 곡이 시작되는 1막에서는 마치 <반지의 제왕>이 연상되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눈에 담긴 아름다운 유럽의 숲과 계곡 그리고 작은 마을의 풍경과 그 안에 있었던 사람들과의 추억이 아름답고도 강렬하게 그려졌습니다.
2막은 계절로 비유한다면 여름과 같았습니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과 에너지가 느껴지는 막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에 반해 3막은 마치 가을과 겨울을 보는 듯 한 연주였습니다. 내적으로 만연해있는 고통과 고민. 그리고 그것의 반복으로 3막에서는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끝에 가서는 그러한 고민이 풀리는 듯하였지만, 그 고민의 실타래는 완전히 풀어지지 않고 하나의 아쉬움을 남긴 채 4막으로 이어집니다.
4막은 풀리지 않은 마지막 고민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에 대해 잡히지 않는 실마리를 찾는 듯 긴장의 연속이 이어집니다. 이 고민이 길고도 길었다는 것이 느껴졌지만, 3막에서부터 이어져왔던 이러한 긴장감에 어느 순간 집중력을 잃고 곡에 집중하지 못 하고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브루크너에게 어떠한 깨달음이 발견하였는데요. 브루크너에게 있어 그러한 깨달음이란 명확하게 무엇이었는지 이 곡을 듣는 것만으로는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어쩌면 저의 인생 경험이 그것을 공감하기엔 부족하였는지도 모릅니다. 이 교향곡을 들은 대다수의 평론가들이 대성당을 떠올랐다 하였는데, 저 또한 곡이 끝나는 마지막에서의 웅장한 반복에서는 산과 숲 사이로 하나의 거대한 건축물이 지어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2018.2.22.
.
.
.
"일상은 아름답다"
세상의 모든 고양이들의 집사.
술과 게임, 음악 그리고 자동차를 좋아하는 소비자.
도시와 건축 그리고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진가.
삶 속에서 예술과 문화를 즐기고 싶은 코디네이터.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우울증 환자.
그런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