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의 진화: 쿠사마 야요이 展 <A dream I dreamed>
소설 『1985』에 나오는 ‘빅 브라더’는 사회 체계에 의한 개인에 대한 감시를 상징한다. ‘빅 브라더’의 눈은 어디에나 있어서 사회 구성원의 행동 하나 하나까지 다 볼 수 있고, 또한 통제하기도 한다. 그 속에서 인간은 자유롭지 못하다. 체계에 의한 감시가 아니라 스스로의 틀 속에 의해서도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지난 5월 4일 한 작가의 사연이 담긴 점들이 한가람미술관을 가득 채웠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보이는 것은 하얀 점들이 박혀있는 거대한 빨간 구이다. 그 구들이 있는 하얀 방을 돌아다니다 보면 문득 자신이 빨간 행성들로 가득한 우주 공간에 있는 것 같다. 다음 전시장에는 설치미술이 아닌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그림들이 있다. 무수히 많은 그림의 공통점은 어떤 것이 반복해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득 내부 벽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가 떳떳하지 못 하거나 자신감이 없을 때, 주위를 의식하고 눈치를 많이 본다. 특히 어떤 상처가 있을 때 더욱 그렇다. 쿠사마 야요이의 경우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편집증에 가까운 강박증을 겪었다. 그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도한 방법은 모든 사물에 점을 그리는 것이다. 자신이 본 환영 그대로 따라 그린 것인지 아니면 점을 그려서 사물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아닌 본래 사물에 있던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그 의도는 알 수 없지만 결국 고통을 치유했다.
이후로도 여전히 그가 점들의 세계를 보고 있는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Love Forever series>에서 볼 수 있었던 암울하게 보이던 시선이 그것을 넘어서서 아름다운 환상으로 넘어가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Infinity Mirrored Room>에 입장하면 형형색색의 불빛들이 거울과 물에 의해 무한하게 반사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무수히 많은 불빛의 점에 순간 아찔할 수도 있으나, 곧 그것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즐기게 된다. 고통이 아닌 쾌락이다.
자신의 정신적 고통을 예술적 방법을 통하여 정신적 쾌락으로 나아간 전시는 <A dream I dreamed>란 이름으로 지난 6월 15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렸다.
<김용순 SPACE 11기 학생기자>
201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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